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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스토리/지금, 마을이야기

정월대보름맞이 어르신들과 수수부꾸미 만들기

 

지난 22일, 새벽 사이 내린 눈이 슬슬 녹아 내리고 있을 무렵

오전 10시쯤 되었을까요,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으하하하~~~~"

과연 이것은 무슨 소리일까요?

 

 

만남은 추억을 부른다

 

 추억을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아련한 설렘이라고 할까요. 하얀 눈과 함께 찾아온 2월의 마지막 금요일, 아련한 추억 향기가 물씬 풍기는 현장이 있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소복이 쌓인 눈길을 따라 간 그곳은 바로 서초동에 위치한 '서초구립노인요양센터'.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이곳에서는 '정월대보름 맞이 어르신들과 수수부꾸미 만들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직속봉사단 프로젝트 리더 팀원들과 신한은행 기업봉사자 20명, 그리고 청소년자원봉사자 3명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제법 많은 인원이라 크게 5개의 조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를 그냥 정하면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5가지 동요가 적힌 종이들 가운데 한 개를 뽑아 해당하는 곡을 율동과 함께 어르신들께 불러드리는 것입니다. 첫 번째 자원봉사팀이 뽑은 동요는 '눈이 옵니다'. ("펄펄 눈이옵니다~ 하늘에서 눈이옵니다~")

 

깜찍하게 율동을 선보이는 신한은행 봉사단원들의 모습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천진난만한 모습이죠? 이렇게 첫 번째 조가 정해지고 난 후, 이어서 '꼬까신', '개나리', '새싹가족' 등의 동요와 함께 나머지 네 팀도 율동을 선보였습니다. 이를 보시는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한동안 웃음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사람 사이에 가장 가까운 거리

 

 '웃음은 두 사람 사이에 가장 가까운 거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이날의 행사는 어르신들과 봉사자들, 서로의 가장 가까운 마음의 거리에서 시작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잠시 뒤 그 거리가 더 좁혀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하하하~~"

센터가 떠나갈듯한 웃음소리입니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다 함께 웃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소리로 말이죠. 어쩌면 우리가 하루 중 웃는 시간을 합하면 30분이 채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웃음이 주는 행복의 파장은 이렇게나 큰데 말입니다.

 

 

그 다음, 본격적인 '수수부꾸미 만들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보실까요?

가장 먼저, 미리 익반죽해놓은 수수가루 반죽을 둥글 납작하게 빚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반죽은 많이 할수록 좋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둥글 납작하게 빚은 반죽을 프라이팬에 지집니다. 기름이 튈 수도 있으므로 조심. 그러고 나서 반죽 위에 팥소와 녹두 등 기호에 맞게 소를 넣어 반달모양으로 접습니다. 이제 뒤집어 가면서 예쁘게 지지면 끝입니다! 참 쉽죠잉.

 

 그렇게 하나둘씩 수수부꾸미가 완성되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드시기 편하게 잘게 찢어 입에 넣어드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맛을 보시고 흐뭇해하시는 어르신들, 그 모습을 보는 봉사자들의 눈에서 더욱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추억이라는 에피타이저

 

배가 많이 불렀습니다. 수수부꾸미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다구요?

실은 맛있게 빚은 수수부꾸미보다 우리 배를 더욱 부르게 한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추억' 입니다. 특히 오랜 우리의 고유 음식인 수수부꾸미와 관련된 어르신들의 추억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오래 전 호텔에서 한식 조리장을 하셨다는 한 할머님은 수수부꾸미는 전문요리셨다며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봉사자들이 제대로 요리하는지 옆에서 가장 꼼꼼하게 지켜보신 어르신이기도 하셨습니다.

또 다른 할머님은 어린 손주들이 찾아오면 늘 직접 해주셨던 음식이라고 하셨습니다. 특히 수수와 팥의 붉은 색은 악귀잡귀를 쫓는다는 의미가 있어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잘 크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수부꾸미를 빚으셨던 이야기를 꺼내 놓으셨습니다.

추억이란 세대를 거스르는 따뜻한 힘이 있는 듯 합니다. 추억보다 배부른 것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게 웃음과 추억이 담긴 수수부꾸미 만들기 행사가 끝이 났습니다.

이날 봉사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웃음을 보여주신 신한은행 임종낙 차장님은 "이렇게 좋은 봉사활동 참여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이 편하지 않으신 가운데도 적극적으로 만들기에 참여하시는 열정에 오히려 힘을 받게 되었습니다"며 어르신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청소년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올해 고3이 된다는 이다영 학생은 "수수부꾸미는 처음 만들어보았는데, 어르신들과 따뜻한 정도 나누고 추억얘기도 들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며 이날의 소감을 전하였습니다.


기사: 송현경 / 
사진: 조경준